내셔널리그 2010시즌 결산 (6) - 강릉시청 by 른밸

  2009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강릉시청을 보며 우려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주전멤버의 하락세에 대한 우려였다. 대다수가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 출생으로 삼십줄에 들어선만큼 다가오는 시즌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있었다. 강릉시청 박문영 감독은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비시즌 기간 동안 젊은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하였다. 이런 행보는 전기리그 종료 후에도 이어졌다.


  리그 2연패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전기리그 부진을 빠르게 회복한 끝에 통합승점 1위에 오른 강릉은 사실상 2010년 우승팀이다. 이성민, 진창수, 손제웅 같은 젊은 선수들이 앞서고 고민기, 나일균, 김장현 등 노장들이 뒷받침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과연 리빌딩 끝에 한층 젊은 선수진이 정착된 강릉시청은 얼마나 강력할 지, 타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고 내셔널리그팬들에게는 기대의 대상인 강릉이다.



전기리그의 부진


  리그 개막전에서 대전한수원에게 2:4로 완패하며 드리워진 불길한 그림자는, 결국 강릉을 중위권에 내려앉혔다. K3리그 도움왕 진창수, 강원FC에서 공격수로 뛰었던 이성민,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골키퍼 정유석 등을 영입하고 한경성, 김준범, 박둘이같은 젊은 선수들의 비중을 높힌 대가였을까? 공수에 걸쳐 문제점을 드러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리그 최정상급이었던 공격진은 14경기를 치루는 동안 고작 19골을 뽑아냈다. 반면 실점은 19실점으로 경기당 1실점을 넘겼다. 6승 3무 5패 승점 21점 리그 8위가 전기리그 강릉의 성적표다.


  개막전 패배 후 신생팀 목포시청을 잡고 수원시청과 비기며 안정을 찾는가 싶던 강릉은 4라운드에서 천안시청에게 3골을 내주고 패배했다. 9라운드 부산교통공사전 승리를 시작으로 4경기에서 3승 1무를 거두며 뒤늦게 상승기류를 탔지만, 울산에게 일격을 맞으며 주저앉았다. 급기야 최종라운드 예산과의 홈경기까지 2:3으로 내주며 첫 경기와 마지막 경기를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최종우승에 따른 의욕상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이진 않았다. 그보다 어중간한 리빌딩 과정에서 조직력에 균열이 갔다고 풀이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중앙 미드필더 안성훈의 빈 자리가 두드러졌다. 중원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충실히 하며 동료 미드필더들의 전진을 뒷받침하고, 간간히 직접 공격에 가담하며 골을 뽑아내기도 했던 안성훈은 강릉의 숨은 살림꾼이다. 안성훈 덕분에 김장현이나 황성주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안성훈의 역할을 대신한 선수는 3년차에 접어든 한경성이었지만, 안성훈만한 안정감을 안겨주지 못했다. 수비진은 시즌 초반 부상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이유로 자동 로테이션이 된 까닭에 예전처럼 단단하지 못했다. 다행히 장선호와 정유석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김덕중과 이동준이 빠르게 복귀한 덕분에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았다.


  나일균은 13경기에 나섰지만 9번 교체아웃 당할 만큼 체력저하가 뚜렷했고, 고민기는 전기리그 팀 내 최다득점자였지만 지난 시즌만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뛰는 홍형기 역시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본인 스스로 풀어나가기보다 주변 활약에 따라 상승무드를 타는 이성민은 미드필드진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고립되기 일쑤였다. 교체투입되어 개인기와 날카로운 패싱력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진창수의 활약이 위안거리였다.


  

적재적소의 보강으로 탈바꿈


  이랬던 강릉은 후기리그 들어 180도 달라졌다. 4연승 포함 개막전부터 9경기 무패가도를 달렸다. 후기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않은 수원시청에 밀려 2위로 마감하긴 했지만, 전후기리그를 합해 15승 6무 7패 승점 51점으로 당당히 통합 1위에 올랐다. K리그 같은 단일리그 체제였다면 우승트로피는 강릉선수들이 들었다. 수원이 수비축구를 구사해 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면, 강릉은 특유의 공격축구를 부활시켰다. 후기리그에서 28골을 터뜨리며 다득점 1위였다. 통합 47골은 충주험멜에 한 골 뒤진 2위 기록이다.

  강릉의 환골탈퇴는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전기리그와 선수권대회를 통해 기존 선수들과 잘 융화되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후기리그를 앞두고 영입한 선수 3명의 공이 컸다. 백전노장 심재원과 예산 FC에서 나란히 이적한 공격수 손제웅, 미드필더 장혁진이 그들이다. 오른쪽 측면과 중앙수비수로 번갈아가며 출전하며 수비에 힘을 보탠 심재원도 그렇지만, 손제웅과 장혁진의 가세가 더욱 큰 힘이 되었다. 손제웅은 이성민의 파트너로, 혹은 측면공격수로 출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장혁진은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해 좋은 패스를 전방에 공급했다.


  장혁진과 손제웅의 가세는 공격진의 동반상승을 불러왔다.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었던 고민기는 손제웅에게 주전자리를 내줬지만, 보다 짧은 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이성민은 후기리그에서만 공격포인트 10개(6골 4도움)를 거두었다. 진창수는 부상에 이은 컨디션 난조로 주춤했지만, 홍형기가 부활하여 오른쪽 측면에 자리잡았다. 고민기-나일균-김장현으로 이어지는 노장라인을 손제웅-장혁진-김준범 등 젊은 선수들이 확실히 대체하였다.


  아쉬운건 후기리그 중후반의 오버페이스였다. 전국체전까지 전력투구하며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낸 후유증이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다. 손제웅이 결정적인 순간에 부상을 당한데 이어, 경기가 펼쳐지는 도중 골키퍼 정유석과 수비수 김진석까지 부상당했다. 다른 선수들도 체력저하가 눈에 보였다. 안그래도 상대가 리그전적 8무 8패인 수원시청인데, 전력을 100% 가용하지 못하니 패배는 당연했다. 결국 박종찬에게 해트트릭을 헌납하며, 강릉은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2011년, 강릉은 여전히 강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시즌, 주전선수 여러 명이 강릉을 떠난다. 수비라인에서는 심재원, 정유석이 1년 만에 팀을 나오고, 김현회 칼럼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이동준은 고양KB로 돌아간다. 4년 동안 팀에 헌신한 김덕중과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 고민기도 FA명단에 포함됬다. 홍형기는 대전한수원으로 이적한다. 전기리그를 예산에서, 후기리그는 강릉에서 보낸 장혁진은, 2011년 시즌을 K리그 강원FC에서 보내게 되었다.


  나일균과 김장현 등 울산미포조선과 함께 2000년대 후반 내셔널리그를 풍미했던 강릉시청 멤버들은 일선에서 거의 물러났다. 다가오는 시즌은 보다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선발명단이 꾸려질 것이다. 선수들의 이탈이 강릉의 몰락으로 이어질까? 그럴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2010년 강릉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강팀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 보인다. 이동준의 이탈을 제외하면 수비라인은 건제하고, 김진석, 김재천, 김준범 같은 중견급 선수들이 건제한 가운데 손제웅, 진창수, 이성민으로 이어지는 젊은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었다. 여기에 예산FC에서 고분분투하던 김태봉 같이 좋은 선수들의 추가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박문영감독을 축으로 하는 코칭스태프들의 이탈도 없다. 드라마틱한 반전만 없다면, 강릉은 2011년에도 여전히 강할 것이다.


TO BE CONTINUED (저도 내셔널리그 경기를 모두 챙겨본건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는 팀들 결산을 하는건 틀릴 가능성도 높거니와 잘 할 수가 없네요. 해서 아직 다루지 않은 팀들은 간략하게 집고넘어가는 수준으로 정리하고 리그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는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은 리그 막판 무서운 추격전을 보여준 고양KB와 3년 연속 플레이오프를 눈 앞에 두고 미끄러진 인천코레일 결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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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萬天星 : 내셔널리그 2010 시즌 결산 - 총평 2011-02-12 01:22:37 #

    ... 걸려있습니다) 대전한수원 (1), 대전한수원 (2) / 충주험멜 / 예산FC / 천안시청 / 강릉시청 / 인천코레일 / 고양KB / 목포시청&용인시청 / 수원시청&안산할렐루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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