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레포트 by 른밸

주제 : 인간의 본성이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입장을 취할 때, 한국 사회의 성격은 우리들 각자의 행동과 습속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논술하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남긴 유명한 말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다. 이 말은 이승만이라는 인물의 개인적 신념을 넘어 오랜 기간 동안 한국인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장이었다. 극빈국에서 출발하여 기록적인 혹은 기적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국민소득 기준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한국 특유의 사회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꼽자면 집단주의를 들 수 있다. 이를 좀 더 한국적인 틀에서 구체화하면 패거리 문화이다.


  집단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다. 한국에 집단주의가 등장한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 지배체제가 들어서면서부터이다. 한국인의 조직적인 저항을 꺾고자 했던 일본은 한국 사회 전반을 집단주의로 물들였다. 유교적 전통에서 뿌리내렸던 ‘공동체’ 는 이 시기에 ‘패거리’로 변질되었다. 즉 지역, 계급, 연령, 생활수준 등 다양한 차이를 이유로 ‘우리’와 ‘타인’을 구분 짓고, 우리를 제외한 타인들은 배척하고 억압하는 것을 자연스레 여기게 된 것이다.


  이러한 집단주의는 박정희를 위시한 군사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국민의 단결과 항거로 정권이 뒤집히는 상황을 우려하였던 이들은, 단합을 분쇄시킬 방법 중 하나로 패거리 문화를 양산했다. 권력을 쥔 세력과 자본을 쥔 세력은 결탁하여 때로는 당근을 때로는 몽둥이를 통해 국민 자발적인 모임은 억제하고, 자신들의 뜻에 부합하는 모임만 인정하고 지원하였다. 나아가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고 집단의 지도층에 저항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하였다.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인 성격을 띄게 되었다.


  어느 정도 동질감이 형성되는 사람들이 하나의 집단을 이루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속 집단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집단에 속하는 순간 개인은 힘을 잃고 집단에 함몰된다는 것이다. 집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이 집단을 따라 가야하고, 만약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했다면 다른 구성원들의 질타와 비난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다수결이 의견을 모으는 가장 확실하고 공정한 방법이 되고 소수 의견은 무시된다. 이러한 문제는 작은 집단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큰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회적 소수자(약자)는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 여성이, 장애인이, 외국인이 그리고 비정규직이 받는 수많은 차별은 한국이라는 집단 속 다수의 횡포이다.


  매 학기 초 학내 게시판에서 항상 볼 수 있는 동문회 모임은 패거리 문화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ㅇㅇ고 모임’ 혹은 ‘XX중 모임’ 을 가보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술자리를 가진다. 다양한 학부생들이 모이면서 많은 정보가 오가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만났음에도 먼저 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선배의 권위를 내세우고, 동문회의 이름으로 각종 행사 참여를 강요 한다. 개인적인 신념 혹은 사유를 들어 거부했을 경우 구성원들의 눈초리를 사게 된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경우에는 반대로 ‘나댄다’ 라며 배척당한다. 결국 결정된 사안에 힘없이 끌려 다니거나 모임에서 뛰어 나오게 된다. 과거 군대와 다를 바 없는 억압적인 동문회 모임은 거의 사라졌지만, 개개인의 사정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 집단행동 강요는 지금도 여전하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았을 경우, 집단은 목표달성을 위해 매진할 수 있다. 단단한 집단 결속력은 외부 세력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고, 이는 안정감을 주어 강력한 추진력으로 발현된다. 위에서 썼다시피 이러한 강력한 집단주의는 한국이 고속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고속성장기를 지난 지금, 집단주의는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창의성, 다양성, 개성을 가로막는 것이다. 지금 그리고 미래는 다양한 의견의 개진과 토론, 비판을 통해 최선의 대안을 도출해내야 하는 시대이다. 따라서 구성원 간의 결속, 관심, 화합 같은 집단주의의 장점은 유지하고 상호존중, 소수자 배려, 자유로운 개성 표출 등을 받아들여 집단주의를 넘은 다원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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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터 너무 듣고 싶었던 류동민 교수님의 정치경제학 레포트입니다. A4 한장 꽉꽉 채웠습니다. 쓰고나니 뿌듯하네요 ㅠㅠ 좀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어차피 류 교수님은 레포트 점수 짜게 주시니까 OTL

 앗 혹시 이거 보시려나;; 저 항상 앞자리에서 듣는 녀석입니다. 노력 많이 한거에요 교수님 +_+

이거 어느 밸리로 보낼지 아리송한데;; 류동민 교수님의 <프로메테우스의 경제학> 초반에 나온 유물론에 관련된 레포트니까 도서밸리로 보냅니다;; 책 소개를 좀 하자면 맑시즘과 정치경제학에 관련된 내용이구요, 류동민 교수님 쓰시는 칼럼처럼 쉽고 재미있게 읽힙니다. 많이 좀 사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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