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이란전 by 른밸

1.
백포라인에서 A매치 경험 가장 많은 김치우가 28경기 출전. 그것도 2006년부터 7년 동안 쌓아온 숫자다. 나머지 3명의 A매치 출전수를 다 합쳐봐야 16경기, 김치우의 반 정도다.

두 중앙 미드필더는 이번 2연전이 A매치 데뷔였고, 그나마 장현수는 원 포지션이 아니었다.

최종예선 초중반 주전 센터백 곽태휘, 이정수가 모두 빠지고 해외파 뿐만 아니라 K리그 경험많은 미드필더까지 죄다 빠져서 꾸린 라인업. 경기시작 전, 포워드 4명으로 전방을 구성했다는 부분보다 이 부분이 더 걱정이었다.

2.
결과적으로 수비라인은 제 몫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으려나. 실점장면은 어디까지 김영권 개인의 뼈아픈 실책이지, 수비진의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 장면에서 '김영권 대신 ㅇㅇㅇ이었더라면...'이란 가정은 무의미하다. 내가 알기로 김영권이 그런 말도 안되는 실수를 자주 하는 선수는 아니고, 반대로 어떤 수비수라도 그런 실수는 한 번 쯤 하기 마련이니까.

포스트 곽태휘-이정수 라인의 유력한 후보로 홍정호-김영권을 미는 입장에서는, 그저 김영권이 이번 실수를 계기로 더 단단한 수비수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다.

3.
오늘도 어김없이 득점하는 구차네자드. 최종예선 3경기 연속 골이다. 그 중 2경기(카타르, 한국)는 결승골. 혼혈선수나 귀화선수를 아시아 국가대표팀(축구 외에도)에서 보는건 그리 낯설지 않지만, 가장 큰 효과를 본 나라는 결국 이란이었다.

사우디가 언제쯤 슬럼프에서 빠져나올 지 모르겠는데(...근데 이거 슬럼프인가?), 아무튼 지난 아시안컵과 이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종합해보면 한국, 일본, 이란, 호주 정도가 확실한 강호에 우즈벡, 요르단, 오만, 이라크 정도를 플러스 알파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아시아 국가들의 전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최종예선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즉 다음 아시안컵은 재미있으리라는 말!!...2년 뒤 호주에서 봅시다.

4.
우리나라 대표팀이 기로에 서 있는건 확실한 듯 하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상대팀 전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들이 전력에서 열세임을 인정하고, 수비에 중점을 둔다.그러다가 경기 중후반부에 카운터어택!

문제는 막상 월드컵에서 만나는 유럽, 남미, 아프리카 강호들은 이렇지 않다는 것. 크로아티아전이나 스페인전처럼 허리 주도권 내주고 이도저도 안되다가 실점 실점 또 실점...

다음 대표팀 감독이 누가 될진 모르겠는데, 또다시 단기계약이 아닌 장기계약(최소 2015 아시안컵까지)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확고한 팀컬러를 갖추지 못한다면 다음 월드컵 예선기간에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고, 자칫 월드컵 탈락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국가권력의 실력행사에 그렇게 반대하는 인간들이, 김재한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이나 하니 빡칠 수밖에. 월드컵 최종 예선 앞두고 6개월 합숙훈련하고, 대표팀 선수들이 기합받기 싫다고 도망치는 시절이 그립나보지?

ㅇㅇ by 른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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